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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신체와 정신, 정신과 신체

양억 2020. 9. 30. 12:42

어렸을 적부터 체력이 약해 잔병치레가 심했다. 환절기때마다 감기를 앓았다. 나같이 약하게 태어난 사람은 그게 당연한건줄로만 알고 지내왔다. 미신같이 믿어오던 말도 한 몫을 했다. 스무 살 이전에 운동 많이 하면 키가 안 큰다. 군대에 갔던 나이 스물 한 살때의 내 몸과 정신 상태는 그저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았다. 환절기 때만 아플 수 있다는 내 고정관념을 군대는 깨뜨렸다. 좋지 않은 위생상태와 흙먼지의 콜라보로 감기를 달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몸살 나본 사람들이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온몸에 기분 나쁜 근육통이 퍼짐과 동시에 느껴지는 무기력함. 의지가 꺾인다.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진다. 유격훈련이 코 앞인 어느 날, 한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나약한 신체로 인해 아프게 되고, 정신조차 나약해질 수 있다고. 가설을 세웠으니 실행에 옮겼다.

매일같이 신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운동을 해봤다. 물론 유격훈련 때까진 나약한 육체로 고스란히 고통을 다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도 운동과 내 삶의 결을 함께 했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신체가 튼튼해졌다. 타고난 신체적 기질은 뛰어넘을 수 없지만 운동과 담을 쌓고 있는 범인들 그 이상까지는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체를 몰아붙였다.

건강한 신체가 있어야 건강한 정신이 있다는 모토를 가지고 살아가던 어느 날, 운동선수들과 특수부대원들의 훈련 방식을 유튜브에서 접했다. 첫 번째는 가짜 사나이(피지컬갤러리)였다. 나약한 신체를 가진 이들이 그들의 한계에 근사한 훈련에 던져졌다. 건강하지 못한 신체라도 어떤 것이 방아쇠가 되어 건강한 정신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번째는 가짜 파이터(매미킴TV)였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이들일지라도 극한에 치다른다면 신체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가지 케이스 모두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훈련방식이다.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신체에서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의 정도를 넘어선다면 정신이 그 때부터 버텨줘야한다. 신체가 버텨낼 수 있는 바운더리를 넘어선다는 케이스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무를 육체로, 숲을 정신으로 비유하자면 높게 비행하지 못해 몇 그루 나무밖에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내 모토를 갈아 엎어야 할 정도의 큰 일이다.

정신은 반드시 신체가 필요하다. 신체가 이겨낼 수 있는 이상의 스트레스는 정신이 대신 이겨내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루틴. 어떤 일에 익숙해져 자동화에 가깝해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신체적 활동에 대한 루틴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정신적 활동에 대한 루틴에도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 나를 성장시켜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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